불평과 비난이 가장 쉽다!
그래서 가급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불평과 비난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만 때로는 가장 쉬운 것이 가장 좋을 때가 간혹 있는 것이다.
최근에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정보시스템이 멈춰서 문제가 되었던 일을 기억할 것이다. 그보다 전에 발생했으나, 한참 지난 후에 문제가 알려진 대법원 해킹 사건도 최근에 다시 불거진 일이 있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에 대한 생각을 남기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글을 쓴다.
대법원이 2024년도 하반기를 목표로 차세대 시스템을 재구축하고 있다. 대법원 전자소송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믿을 만한 관계자의 전언을 듣고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어, 어딘가에 글은 남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글을 남긴다.
전언인 즉, 차세대 시스템을 재구축 한다고 하면서, 기존 운영 시스템을 환경만 업그레이드 하는 개발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행정처에서는 개과천선 하는듯 차세대 시스템에 대한 미래 청사진을 발표 했는데, 정작 재구축 중인 시스템은 화면의 디자인만 새 것으로 하는 수준이고, 예전 시스템에서 누락된 기능을 조금 개선하고 추가해서 땜질하는 수준으로 구축이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더 황당한 것은 그나마 새 시스템의 완성 일정도 미확정이고 완료가 될지도 불분명하다는 내용이었다.
시스템 설계 내용을 들어보니, 10여년 전에 쓰인 설계방식으로 차후 10년 후의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이를 다시 풀어서 해석한다면, 인공지능 시대에 적응을 시킬 수 있는 시스템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트랙터를 운용해야 할 환경에서 소 쟁기질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대법원 행정처에서는 신속 재판을 위해 AI 도입을 이야기 하고 있단다. 소 쟁기질을 하는 수준에서 드론 띄운다는 말과 같은 것이다.
이는 비단 대법원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정부기관의 운영시스템에 대한 개발과 구축 및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면, 항상 예산을 필요한 기능과 구조를 구현하는데 소요되는 규모보다 적게 책정을 하여 집행을 한다. 이를 공개 입찰로 발주를 하게 되고, 구축 기업들은 모자라는 비용이더라도, 수주를 하려는 의욕 때문에 입찰 단가를 낮추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최저 입찰 제안사가 수주를 하기에, 구축 예산이 부족한 상태로 계약 발주가 나게 된다.
수주 기업은 공공사업 특성상 국내 대기업 계열사인 시스템 통합 구축사가 저단가로 수주를 하고는, 그 단가에서 자기들 이윤을 알차게 제하고 협력 업체에 하도급을 준다. 1차 하도급사가 일감을 받아서, 역시 자기 이윤을 먼저 빼고, 2차 또는 3차 등의 하도급을 내려주게 된다. 결국 실행을 맡아 실재 개발을 수행하는 최종 하도급자는 원래 단가보다 낮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수행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실수행 예산을 100으로 본다면, 입찰에서 80, 본수주 기업에서 하도급으로 60 이하로 내려가니, 그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면 한강의 기적이 쓰여지는 것이다.
그 결과, 수요 시스템 첫 구축에서 제 기능 구현이 다 안 되게 되니, '차세대'라는 명칭으로 예산을 다시 타내서 기존 시스템 땜질 기능 개선을 하는 수준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리고 언론에는 무슨 어마어마한 새 시스템이 오픈이 된다고, 기관장이 자랑스럽게 발표를 한다. 아마 대법원장도 같은 발표를 하게 될 공산이 크다. 실제는 너덜너덜한 시스템들일 뿐인데 말이다.
정부 시스템들이 차세대에 차차세대까지 열심히 개발해서 운영하고 있는데, 결국 최근에 멈춰 선 것을 보았지 않았는가? 교육부, 보건복지부, 지자체 지원시스템 등등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스템이 개선되거나 한단계 올라서면 더 잘 돌아가야지 왜 자꾸 시스템이 다운이 되는가?
잘못이 반복 되면 관행이 되고, 결국은 원래 그런 것으로 고착이 된다.
기관에 컨설팅을 할 때면, 예상되는 문제점을 사전에 알려줘도 '어쩔 수 없다'가 실무관들의 보편적인 입장이다. 이런 현상이 어느 덧 20년 이상이 되는 것 같다.
크게 울림은 없을지라도 미력하게나마 글을 남기는 것은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이것이라 그렇다.
잘못은 알게 되면 고치는 것이 성숙한 민주 시민의 자세이고, 그 시민을 위하는 정부는 당연히 시정해 나아가야 한다.
저작권자 ⓒ 한국시민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는 출처 표기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