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시간 5분, 만드는 시간 2,880분이 소요되는 자장면

-추억이 있는 자장면 한 그릇에 이야기꽃을 피운다.
-준비하는 과정은 어렵고 힘들지만, 행복을 전하다.

한병기 객원기자 승인 2024.05.29 22:24 의견 0
항상 감사하고 고마운 밥차준비봉사단 (가운데 홍점순소장)

(사)광주 북구종합자원봉사센터(이사장 송윤순)는 매년 자봉이 반점을 운영 중이다. 자장면은 우리 식생활에 가장 밀접한 음식이기도 하지만 애환이 서려 있는 음식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외식산업이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전인 1980년대 이전에는 서민들이 외식할 때 가장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주목받았으며, 특히 입학·졸업·생일을 축하할 때, 이사를 하는 날 등에 가족들이 같이 즐겨 먹었다. 하지만 지금은 세대에 대중 음식 또는 외식문화도 많은 변화가 있다. 아직도 인기 넘치고 있는 자장면도 세대를 거스를 수 없다. 자장면을 추억으로 생각하는 세대는 50대 이상이다.

그런 이유로 (사)광주 북구종합자원봉사센터에서는 지역사회 취약계층을 상대로 자봉이 반점을 운영하고 있다.

자장면 재료준비와 재료손질하는 밥차준바봉사단

자장면은 중국어 ‘작장면(炸醬麵, Zhajiangmian)’이 우리말화되면서 지금의 자장면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자장면의 시초에 대해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자장면에 대해서는 두 가지의 설이 있다. 자장면의 이야기는 1882년 임오군란에서 시작된다. 당시 임오군란을 진압하기 위해 온 청나라 군인들을 따라 들어온 중국의 상인들은 다양한 중국 음식을 우리나라에 소개했다. 1883년 인천항이 개항되고 화교들이 들어오면서 더욱 확대되었다. 값싸고 쉽게 맛볼 수 있는 중국 음식은 우리나라 사람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첫 번째 설은 이때 화교들이 산동지방의 음식인 자장면을 소개했다는 설이다. 산동지방은 자장면을 춘장에 고기와 야채를 볶아 면에 올려 먹는 갈색빛을 띠는 음식이다. 이것이 우리나라에 맞게 변하면서 검은 춘장이 올려진 음식이 되었고, 카라멜을 넣어 단맛을 살린 자장면이 되었다는 설이다.

두 번째 설은 1945년 해방 이후부터 시작된다. 우리 정부는 한국에 건너와 있던 중국 상인들에게 강한 제재를 가하며 무역을 금지했다. 그러자 중국인들은 새로운 수입원으로 손쉽게 할 수 있는 음식점을 차리게 된다. 이때 생겨난 중궁 음식점의 수는 무려 다섯 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이처럼 중국 음식점이 많아지며, 청나라 상인들은 인천항 부두 근로자를 상대로 싸고 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 개발했다는 설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에 들어와 사랑받던 자장면은 6·25전쟁 이후 더욱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 지원된 미국원조 물자 중 가장 많은 식품이 ‘밀’이었다. 이때 쏟아져 나온 값싼 밀가루와 자장면 소스가 합쳐져 자장면의 대중화가 날개를 단 것이다.

두 번째 설이 조금은 타당하다고 하는 이유는 분식장려운동 때문일 수 있다.

분식장려운동이란? 『한국인의 주식(主食)은 쌀이었지만, 1970년대 후반 이전까지 쌀 생산량의 부족으로 쌀밥을 풍족하게 먹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런 쌀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강점기부터 국가가 절미운동(節米運動)의 목적으로 혼식과 분식을 강제하는 식생활개선 정책이 시행되었다. 일본강점기의 절미운동과 혼분식 장려운동은 해방 이후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지속하였다. 1950년대에 정부에 의해 절미운동이 시행되다가 1956년부터 미국의 남은 농산물 원조가 제공되면서 혼분식장려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삶은 면을 찬물과 뜨거운 물에 씻어내고 면 배식과 소스 그리고 고명과 반찬으로 배식이 완료된다

(사)광주 북구자원봉사센터 자봉이 반점에서 매주 400인분의 자장면을 만들기 위해 장보기에 하루가 소요된다. 말로 하는 400인분이지만 실제로 작업을 해보면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자원봉사자를 수없이 투입해서 될 일도 아니다. 그리고 자봉이 반점 운영 하루 전에 양념과 야채 손질을 하는데 하루가 소요된다. 이를 운영하는 봉사자는 밥차준비봉사단으로 5명이 운영되고 있다. 재료를 손질할 때는 따로 자원봉사자를 모아 할 수 있지만 대부분 밥차준비봉사단이 담당한다. 그리고 자봉이 반점 운영 시에도 자장면은 소스와 면을 바로 만들어 제공해야 하므로 반점 오픈 3시간 전에 도착해 준비를 완료해야 한다.

식기도 사용전에 한번 뜨거운 물로 행군다(튀긴다)

특히 지금처럼 무더운 여름이 돌아오면 이동 차량 내부의 온도는 60~70˚를 웃돌기 때문에 더욱 어렵고 힘들다. 이러한 조건에서 소스와 면을 삶아 내 제공되는 자장면을 먹는 시간은 고작 5분이 조금 넘는다. 젊은 청년이라면 3분도 안 될 것 같다. 이처럼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장면을 고집하는 홍점순 소장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 세대에 추억으로 남을만 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해 보면 그래도 자장면 한 그릇에 서너 개의 젓가락 오가며 나누어 먹던 배고픈 시절을 경험한 취약계층의 이웃들이 가장 선호하는 음식이 자장면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자봉이 반점에 특혜가 하나 있다. 그날 설거지를 하는 팀에게는 제일 먼저 식사를 제공한다.

올해도 상반기(4, 5, 6월)와 하반기(9, 10, 11월)로 나누어 운영계획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6월인데 더운 날씨로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이제는 자봉이 반점을 기다리는 이들이 있어 더욱이 찾아가야 할 이유가 생겼다. 이 어려운 시기에 자장면 한 그릇에 희망을 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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