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민 논설위원

[생명존중] 480년 전 조상의 애견 사랑

안동 하회마을 류성룡 생가에서

최병석 승인 2020.12.08 14:05 | 최종 수정 2020.12.08 14:11 의견 0
류성룡 생가의 대문에 난 반려동물의 출입구

며칠 전에 동물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반려견의 학대 신고 기사가 났었다.

1,000만에 이르는 반려동물 가족에게는 흘려 넘길 수 없는 내용이었다. 반려동물, 댕댕이나 야옹이에 대해 관심이 없는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유별나게 생각될 수 있는 것도 이해한다. 그러나 반려동물이 이제는 어엿한 식구(食口)로서 받아 들여지는 시대인 것도 인정을 해야 한다.

예전에 반려동물은 부속 가축물 정도였다. 그러나 이제는 식구로서 각자의 역할을 담당할 만큼 반려동물이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반려동물에 대한 생각과 태도는 현대에 생겨난 생활 문화 소산일까?

얼마 전에 안동 하회마을 류성룡(1542~1607, 조선 중기 문신, 학자, 의학자, 저술가)의 생가에 답사를 갔었다. 류성룡은 임진왜란의 전란을 수습하기 위해 국무총리(영의정)를 지낸 인물로 우리에게는 해임된 이순신 장군을 다시 해군참모총장(삼도수군통제사)에 복직시킨 사람으로 기억된다.

웅장한 내외부 한옥 생가를 둘러보고 나오면서 대문 바닥귀에 네모난 구멍이 눈에 띄었다. 내용을 들어보니 댕댕이와 야옹이 들의 출입구라고 한다. 480여년 전에 그 집에 살았던 분들의 인품과 내력을 들으면서 개나 고양이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은, 사소하지만 중요한 배려에 감동을 받게 되었다.

역시 가문의 전통은 '배려의 디테일'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문화의 흔적을 남겨주신 분들이 우리의 조상이었던 것이다. 요즘은 '배려와 디테일'이란 것을 일평생 경험해보지도 못한 분들이 공무직이나 선출직을 맡고 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본다. 이에는 대통령들도 예외될 수 없는 것 같다. '배려와 디테일'이 인격이고 품격이며 국격인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그 '배려와 디테일'의 근본에는 '생명존중'이란 문화의 근본 바탕이 있는 것이다.

동물학대에 대한 논의와 관심은 유별난 특정인들의 태도가 아니라 우리 문화 전통에 스며있는 생명존중사상임을 이해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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