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많고 순수한 시절로 돌아가는 추억 여행

어린시절 꿈 많고 순수한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46년 전의 일들은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김오현 객원기자 승인 2023.07.11 14:25 | 최종 수정 2023.09.21 23:18 의견 0
운남초37회 동창회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에서 단체사진(사진촬영 김영완)


사전적인 의미로 동창회(同窓會) 또는 동문회(同門會)는 같은 학교 출신들과 하는 모임을 의미한다. 동문(同門)은, 같은 문을 지나다녔다는 뜻으로 선후배를 포함하는 말이다. 동창(同窓)은 같은 창문을 보고 지냈다는 뜻으로, 졸업 기수가 같은 사람들을 뜻한다.
50대들에게 초등학교 동창회는 ‘필수 모임’이며, ‘삶의 활력소 역할’을 한다.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의 지난 시절 발자취와 추억담을 안주 삼아 소주 한잔 나누는 정겨운 자리인 것 같다. 머리에 흰서리가 내리고 가슴과 허리선 구분이 어려운 나이, 선생님과 함께 모이면 누가 스승인지 제자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중년들이 이토록 초등학교 동창회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로 치고받고 코피 터지고 울던 기억조차 아름다운 추억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그만큼 서로에 대한 애정이 깊어서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초등학교 동창회는 50대들에게는 삶의 활력소 역할을 한다. 그들은 초등학교 동창회를 통해 친구들과의 만남을 통해 소속감을 느끼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중년의 아줌마들 짓누르던 삶의 고뇌를 깃털처럼 날려버린 모습들...(사진촬영 정진만)

거제에서 어렵게 참석한 정길자친구의 식당 벽면에 추억의 낙서로 남긴 흔적(사진촬영 김오현)


1970년대 전남 무안군 망운면(1983년 운남면 승격)이라는 조그마한 곳에는 운남(1937년 망운공립보통학교 운남분교장 인가), 내리(1997년 운남초등학교로 통합), 성내(1999년 운남초등학교로 통합),송현 등 4개 초등학교와 영해 분교가 있는 작은 면에 약 2,000명 가까운 초등학교 학생들이 다녔는데, 지금은 전교생이 약 80명 정도밖에 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만 든다.

전라, 제주 지역에 사는 동심회 친구들 모임 모습...(사진촬영 김종서)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데 친구들은 각각 그 지역마다 소규모 모임들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1년에 한 번씩 전체적으로 친구들이 서울과 전남의 중간 지점인 충남 보령의 대천해수욕장에서 모여서 1박 2일로 동창회를 개최한다. 이번 동창회는 50대 마지막 순수한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을 주제로 서로 만나서 이야기하고, 추억을 공유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친구들은 모두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순수하고 밝은 모습이었고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우정을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광주에서 소모임 친구들 모임 후 기념사진 1(사진촬영 채수정)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회가 열리지만, 초등학교 동창들처럼 푸근하고 편하지는 않다고 한다. 그것은 초등학교 동창들보다 시간이 짧게 지내다 보니 서로의 성격, 취미, 가치관 등을 잘 알지 못하고 또 더러는 잔머리를 굴리는 동창 때문에 분위기가 싸늘하기까지 하다. 따라서 동창회 때 만나면 서로 어색하거나 거리감이 느껴질 수 있다. 그와 반면에 어린 시절의 초등학교 친구들은 얼굴은 영감이지만 마음만은 초등학생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고 유일하게 잔머리 굴리지 않는 모임이라 좋다고 한다. 초등학교 동창들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온 친구들이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다. 또한, 초등학교 시절은 가장 순수하고 행복한 시절이기 때문에 초등학교 동창들과 만나면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고, 다른 동창회보다 더 즐겁고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나도 초등학교 동창들과 자주 만나려고 노력한다. 매달은 아니지만,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만나서 옛날 이야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즐겁게 보내려고 노력한다. 초등학교 동창들은 나에게 소중한 친구들이기 때문에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광주에서 소모임 친구들 모임 후 기념사진 2(사진촬영 김은희)


지금은 공무원, 대기업, 중소기업, 개인사업자, 농업, 식당 운영 등 각자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그 직업으로 서로를 평가하지 않고 그저 ‘유난히 덩치가 커서 하마 같다고 부르던 운형 친구', ' 학교에서 출발하여 동네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계속 조잘대는 종달새 같다고 놀리던 종서 친구', ‘언제나 삼촌마을 골목대장이던 경호 친구’ ‘도시락에 운저리(망둥어)를 반찬으로 싸 오던 눈이 큰 문수 친구’ 등 어린 시절의 특징과 추억으로만 기억하게 된다. 이곳에서는 대기업 임원이나 돈 많은 사장도 그저 똑같은 친구일 뿐이다. 초등학교 동창회는 중년 아저씨, 아줌마들에게는 그저 추억을 나누는 자리만이 아니라, 자신들이 가장 순수하고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그들은 이곳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며,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다.
바로 어제 들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고, 당장 몇 시간 전에 풀어둔 시계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 헤매지만, 46년 전의 일들은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기만 하고 서로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퍼즐 맞추듯 전하며 타임머신을 타고 옛 시절로 돌아가는 즐거움을 이 나이에 어디에서 찾으랴. 그때 우리는 함께 웃고, 울고, 놀았고, 배웠다. 우리는 서로의 가장 친한 친구였고, 영원히 함께 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우리는 모두 각자의 길을 갔다. 우리는 다른 학교에 진학했고, 다른 직업을 가졌고, 다른 지역에서 살았다. 우리는 서로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예전만큼 자주 만나지는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는 오랜만에 초등학교 동창회를 열었다.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되었지만, 그때와는 변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반갑게 맞이했고, 그때의 추억을 이야기했다. 신기한 것은 아무리 주름이 늘어나고 다른 직업을 갖고 있어도 원형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시락에 망둥어를 반찬으로 싸 오던 눈이 큰 문수 친구(왼쪽 첫번째, 사진촬영 김태헌)


부모님께서 농사일로 바쁠 때 소 꼴을 베어 놓아야 하는데 친구들과 놀다가 그만 깜박 잊어버리고 저녁 늦게 들어갔다가 아버지에게 빗자루로 호되게 맞은 일, 친구 도시락 몰래 꺼내먹고 개구리를 넣어둔 일, 학교 운동장에서 고무줄놀이하던 여자친구들 고무줄을 끊어버리고 도망가던 일…. 이젠 공소시효가 지나서 더욱더 과장되게 무용담들을 늘어놓고 지난 일을 고해성사해 본다. 또한 신기한 것은 그때는 얌전했고 새침데기였던 정란이는 지금은 명령한 사내처럼 변해서 술을 권하는 친구로 변했고, 그때 까불던 진만이는 여전히 주책스럽고…. 딱지치기나 고무줄놀이를 못 하게 방해하던 운형이도 초등학교 동창회에서만은 착한 소년이 된다.
물론 모든 초등학교 동창회가 다 아름답지만은 않다. 상품 판매에 가입을 권유하거나 “급한 일이니 돈 좀 꿔달라”면서 동창들에게 돈을 거둬 잠적한 친구도 있다. 어느 모임에나 마찬가지이지만 돈 자랑, 자식 자랑에 과시하는 친구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하고, 매번 회비조차 내지 않고 밥만 먹고 가는 얌체 동창도 몇몇은 있게 마련이다.
이제는 초등학교 동창회가 그저 수다 떨고, 밥 먹고, 술 마시고, 노래방 가는 것이 아니라 톡톡 튀는 인터넷 시대에 걸맞게 동창회 홈페이지를 만들어 서로 소식, 안부, 사진, 영상들을 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이는 속일 수 없는지 아주 오래전에 유행했던 낡은 유머를 올려놓아도 “오랜만에 배꼽 잡았다” 등의 댓글이 달려 확실히 ‘어르신들’이 노는 곳임을 알 수가 있다.
“살다 보면 현실적으로 어려울 때 십시일반, 동고동락, 뭐 그런 고상하고 거창한 말을 들먹이지 않아도 힘들 때 서로 돕고 기쁠 때 서로 축하할 수 있다면 힘들고 외로운 삶에 여정이 조금은 괜찮아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지치고 외로워서 쉬고 싶어도 다시 일어나기 힘들 것 같아 제대로 쉴 여유도 없는 50대들에게 초등학교 동창회는 고향의 쉼터 역할을 한다.

준비해온 고향 음식과 소주 한잔 나누면서 정겨운 시간을 보낸 후 단체사진(사진촬영 박화자)


말없이 위로해 주는…. 밋밋하지만 한없이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쉼터를 찾아 중년의 아저씨, 아줌마들은 지금도 우리를 짓누르는 삶의 고뇌가 깃털처럼 가벼웠던 시절로 돌아가기 위해 동창회를 찾는다. 서로의 얼굴에서 주름살을 발견하고 안쓰러워하면서도 같이 손잡고 늙어갈 친구가 있다는 것에 새삼 감사하면서….

야구장에서도 우정을 돈독히 하는 힐링 시간들...(사진촬영 김종서)

1박 2일 마지막 점심식사 후 결산보고 및 내년을 기약하는 단체사진(사진촬영 김영완)
저작권자 ⓒ 한국시민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는 출처 표기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