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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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6 16:37 | 최종 수정 2024.10.26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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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자체와 협의할 일이 있어 제천시를 방문하였다.
예정보다 일찍 회의를 마치고 시간 여유가 나서, 바로 옆 지자체인 단양군을 방문하였다. 필자의 본적이 단양이라 고향처럼 생각하여 도담삼봉을 십수년만에 돌아보게 되었다.
오랜만에 마주한 도담삼봉은 지난 여름의 비로 인한 듯 풍부한 수량 속에 자리한 자태가 아주 근사했다. 넓은 휴게 공간에 꽃밭과 정원을 갖추고 포토존 프레임까지 설치되어 조성에 상당한 노력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유람선도 유유히 떠서 운행하고 있고 조랑마차도 삼봉터널을 통과하여 돌아오는 코스를 운영하고 있어 이색적으로 보였다. 황포돛배는 마침 운행을 쉬고 있어 아쉬웠지만 말이다. 단양군청의 지역경제와 관광 활성화를 위해 자연문화유산을 잘 활용하고자 하는 노력의 훈적이 보여서 좋은 시정 사례로 보였다.
다만, 근처에 산책을 다녀온 이향정 정자에 올라 봤는데 산책 계단에 낙엽과 곰팡이가 군데군데 덮인 것이 아쉬웠고, 정자에는 거미줄과 쓰레기가 쌓여 처박혀 있는 것이 안타까왔다. 주차광장 휴게 건물에 분명히 단양군청관광공사 사무실이 있었는데 말이다. 관광지 현장에 사무소를 설치하고 관리가 너무 소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관할이 아니라고 하면 되겠지만 관광객은 관할 밖인지 안인지는 알 바 아니지 않을까?
도담삼봉은 조선의 개국에 공을 세운 정도전이 유년시절을 보낸 곳으로 자신의 호를 삼봉이라 할 만큼 도담삼봉의 아름다움에 빠졌다고 전해진다. 조선시대 문인들과 화가들이 도담을 예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퇴계이황을 비롯하여, 겸재정선, 호생관 최북, 단원 김홍도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인공적으로 조성하는 관광시설이 많아지는 요즘에 유서 깊은 자연문화유산의 활용에 있어서 좋은 모범이 된 것 같다. 그런데 문화유산적 내력과 스토리가 면면이 있는 장소에 경제성과 위락성만 반영하는 것이 적절한가는 생각해 볼 일이다.
선비들의 학문과 인격 수양을 위하여 즐긴 문화유산 풍광에 바지선을 설치하여 모터 보트로 휘졌는 오락시설이 어울릴지는 의문스럽다. 우리보다 짧은 역사르 갖는 외국의 관광지에서 이런저런 주의사항과 지켜야 할 매너 사항을 가이드가 신신 당부하는 것과 대조되어 보여 씁쓸했다.
갓 쓰고 자전거 타는 모습이 아닐지?
낮에 단양으로 가기 전에 제천 역전에 설치된 제천시 관광센터에서 여행객 짐을 무료로 보관해 준다는 프랑키드를 보고 기뻐서 언른 뛰어갔다. 단양 갔다가 제천역으로 돌아 오는 시간까지 개인 짐을 잠시 맡길 생각이었다. 그런데 근무하시는 분이 6시 퇴근 전까지 돌아와야 짐을 찾을 수 있고, 늦으면 다음 날 출근 시간 이후에 와야 짐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저녁을 굶고 돌아와도 짐을 제시간에 찾는 것이 빠듯 할 것으로 보였다.
다시 주섬주섬 가방을 지고 걸고 터벅터벅 나왔다. 외지에서 관광 오시려면 공무원 출퇴근 시간에 맞히시라...
<최병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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