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중소, 중견 기업 현주소
돈이 벌리는 한 혁신과 개선은 없다!
최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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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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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정부의 정책자금지원기관에서 오랜 동안 기술평가위원으로도 활동을 해오고 있다.
최근 과기정통부 산하기관에서 실시한 사업제안 기술평가를 하면서,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이 컨소시엄으로 지원을 한 과제를 심사하게 되었다.
그런데 비록 일부이긴 하겠지만, 아니 그렇게 믿고 싶지만, 실상에 대한 소회를 글로 남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국내에서 그 분야에 명성이 있는 몇몇 제조기업들이 정책지원자금을 신청하는 제안을 한 것인데, 수천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기업이지만 첨단기술의 도입에 자체 예산을 한푼도 안쓰고 지원자금을 신청한 것이다.
물론 지원 신청 자체는 바람직하다. 창업이나 신생 기술기업에게 정부가 최소한의 지원을 하고, 그것을 통해 수요기업이 첨단기술의 혜택을 누리도록 WIN-WIN하는 아주 좋은 정책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심사를 하면서 느낀 바는 매출 규모를 보았을 때, 그 정도의 기업들이라면 자체의 예산을 들여서, 제조 공정을 개선하거나 혁신을 해야 할 시점인 것이 명백히 보이는데, 경영진은 그런 사고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무자들 선에서 회사에 예산 요청하기가 녹녹치 않다보니, 정부 지원자금이라도 활용해서 변화와 개선을 하려는 안쓰러운 노력이 보인다는 것이다.
회사의 재무상황 자료를 검토해보니, 서서히 성장성의 한계와 매출 감소의 조짐이 보여진다. 그렇더라도 당기순이익은 아직 흑자인 것이다. 경영진은 예전과 달리 오너 체제에서 전문 경영인들이 맡고 있는 회사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혁신을 위한 예산은 거의 전무한 것이다.
왜 그렇게 보는가 하면, 공정의 과정 중에 과제로 올린 내용으로 보건대, 현재 인력으로만 억지 운영하는 공정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인력을 투입해서, 시체말로 생노가다를 해서 운영해도 지금까지 아무 탈없이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예산을 투입해서 개선이나 혁신의 필요성은 머리로만 담아두고 실제 현장에서는 요원한 것이다.
물론, 앞으로 10년 이상, 현재의 인력 공정 방식으로 매출이 상승하거나 유지한다면 이해하겠으나, 현실은 이미 기울어져 가는 추세가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회사의 최고 경영진, 전문 경영자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체 회사 돈을 쓰기는 그렇고, 혹시 선정이 되서 정부지원자금을 쓰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의 태도가 보인다는 것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 회사들이 국내의 굴지의 중견기업들이라는 것이다.
이미 선진 사례들에서는 생산공정에 인공지능기술 또는 IoT 등의 시스템을 투입해서 개선하고 혁신을 하는 시대임에도 말이다. 오히려 신생 기업이나 매출 규모가 약소한 기업들은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창업의 시기와 환경이 수십 년된 기업들과 다른 상황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한 노력인 것은 맞다.
그렇지만 그런 신생 중소기업이 아닌 중견 규모의 기업들이라면 좀더 기민하게, 기술 환경과 시장 환경 그리고 그 기업의 분야에서 상위를 점유한 위치에서, 한계 신호가 잡히면 미리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현실은 충격적인 것이다. 말뿐만 혁신과 개선이고 실제 현장에서는 몸으로 때워서 문제 없으면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돈이 벌리는 한 한국의 기업들에게 혁신은 없다' 라는 것이다.
비록 1백여 개 정도의 제조기업들을 검토한 것이기에, 결론을 내리기는 조심스럽지만, 이러한 사실이 한국 기업들의 전반적인 상황인 아닌, 몇몇 기업들에 한정된 특수한 상황이기를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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