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룽지, 단순한 음식을 넘어 역사와 문화를 담은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 뜨겁고 구수한 숭늉 한 잔은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주는한국인의 소울푸드
- 누룽지를 긁어주시던 어머님의 따뜻한 손길을 떠올리며 매달 8일은 누룽지데이

김오현 선임기자 승인 2024.11.19 12:28 | 최종 수정 2024.11.20 08:35 의견 0

동의보감에 오랫동안 음식을 먹지 못하는 것을 치료한다는 '취건반'과 청나라 제6대 황제인 건륭제가 '누룽지탕'을 맛있게 먹고 천하에서 가장 맛있는 요리라고 극찬한 누룽지(사진제공 네이버 검색 )

누룽지는 밥을 짓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음식으로 남은 밥이 눌러붙어 만들어지는, 우리에게 친숙한 음식이다. 고소한 맛과 바삭한 식감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간식이지만, 누룽지는 단순한 음식을 넘어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정이 담겨 있으며, 한국인의 식문화를 대표하는 소중한 유산이다. 밥을 짓고 남은 눌은 밥이라는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 누룽지는 오랜 시간 동안 우리 곁에 머물며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해 왔다.

오늘날처럼 과자나 빵, 과일 등의 간식거리가 많지 않던 시절에 최고의 간식은 누룽지!

▶ 누룽지의 유래와 역사

누룽지의 기원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쌀을 주식으로 삼았던 고대부터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누룽지의 어원은 ‘눋다’에서 유래되었으며, 밥솥 바닥에 눌러붙어 누렇게 변한 밥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누룽지를 간식이나 식사 대용으로 즐겨 먹었으며, 지역과 시대에 따라 ‘누룽갱이’, ‘가매치’, ‘가마치’, ‘눌은밥’, '깜밥' 등 지역별 사투리로 불리기도 했고, 《동의보감》에는 ‘취건반’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고려시대부터 존재했던 누룽지는 음식이 귀했기 때문에 남은 밥 한 톨이라도 버리지 않고 활용하려는 지혜에서 비롯되었다. 조선시대에는 궁중에서도 즐겨 먹었으며, '하늘 천 따지 가마솥에 누룽지'라는 속담처럼 우리 생활 속 깊숙이 자리 잡았다. 이후 누룽지는 간식은 물론, 숭늉으로 끓여 먹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며 우리 식탁에 자리 잡았다.

고려시대에는 음식이 부족했던 시절, 남은 밥을 활용하기 위한 지혜가 발휘된 음식으로 활용되었고, 조선시대에는 궁중에서도 즐겨 먹던 간식으로, 누룽지를 만들기 위한 특별한 솥을 만들어 사용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전기밥솥 보급으로 누룽지가 생기지 않게 되었지만, 누룽지 기능이 추가된 밥솥, 누룽지 제과기 등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어서 기호에 맞게 누룽지를 만들어 먹고 있다.

밥을 짓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누룽지를 넣고 끓인 물인 숭늉 한사발

▶ 누룽지와 함께 우리의 전통음료인 숭늉!

누룽지에 물을 부어 끓인 숭늉은 식사를 마무리하는 음료로 사랑받았다. 숭늉은 단순히 음료를 넘어 한국인의 식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음식이다. 숭늉은 한국에서만 즐기는 독특한 음료로, 쌀 문화를 공유하는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숭늉을 마시는 문화가 발달하지 않았다. 우리 조상들은 숭늉은 소화를 돕고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효능이 있어서 식후에 즐겨 마셨다고 한다. 현대에는 전기밥솥 보급으로 숭늉을 마시는 풍습이 거의 사라지다가 최근에는 숭늉 음료 등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며 재조명되고 있다.

누룽지에 물을 부어 끓인 숭늉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익숙한 음식이다. 숭늉은 단순한 음료를 넘어 식사를 마무리하는 풍습으로 자리 잡았으며, 뜨겁고 구수한 숭늉 한 잔은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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볶음밥, 누룽지 컵라면 등 다양한 제품들...

▶ 쌀을 주식으로 하는 문화권의 누룽지와 누룽지의 다양한 변신

누룽지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베트남, 스페인 등 쌀을 주식으로 하는 다양한 나라에서도 누룽지와 비슷한 음식을 즐겨 먹었다. 중국에서는 ‘구오바’, 일본에서는 ‘오코게’, 베트남에서는 ‘꼼 짜이’, 스페인에서는 파에야를 만들 때 생기는 누룽지를 ‘소카라트’라고 부르며 각 나라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즐기고 있다.

베트남의 누룽지 꼼 짜이(위)와 중국간식 고구마 누룽지 구오바(아래)
일본의 츠키시마몬자 오코게(위)와 파에야 스페인 쌀 요리와 소카라트 빠에야 누룽지(아래)

최근에는 누룽지의 인기가 더욱 높아지면서 다양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누룽지탕, 누룽지 볶음밥, 누룽지 과자, 누룽지 탕수육, 누룽지 백숙, 컵라면 형태의 누룽지탕 등 다채로운 메뉴들이 개발되고 있으며,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누룽지의 건강 효과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과거에는 가마솥에 밥을 지어야만 맛볼 수 있었던 누룽지가 이제는 누룽지 전문점, 누룽지탕, 누룽지 과자 등 다양한 형태로 우리 곁에 다가왔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누룽지의 건강 기능성 또한 주목받고 있으며, 현대인의 입맛에 맞춘 다양한 누룽지 제품들이 개발되고 있다.

어릴 적, 어머니께서 가마솥의 누룽지를 긁어주시던 따뜻한 마음으로 고향에서 누룽지를 만드는 가게의 홍보사진 1

누룽지는 단순한 음식을 넘어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소중한 유산이다. 밥을 짓는 과정에서 우연히 만들어진 누룽지가 이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발전하며 우리 곁에 오래도록 남아 있다는 사실은 놀랍다. 앞으로도 누룽지가 더욱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머물며 우리의 식탁을 풍요롭게 만들어주길 기대해 본다.

어릴 적, 어머니께서 가마솥의 누룽지를 긁어주시던 따뜻한 마음으로 고향에서 누룽지를 만
드는 가게의 홍보사진 2

🔳 참고 문현

1. 뚜연, [누룽지의 역사와 유래], 네이버 블로그 띠안, 2022.

2. 벼리아방, [오늘의 어원 - 누룽지], 네이버 블로그 금정마왕, 2024.

3. choiday, [한식 누룽지의 역사, 효능, 재료], art뮤지엄, 2024.

4. 야무진 건강팀, [누룽지의 역사와 유래], 네이버 블로그 야무진 건강팀,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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