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스탄 이식쿨 호수 동남쪽엔, 첫 눈에 여행자의 마음을 앗아가는 붉은 협곡이 있다.
이식쿨 호수 동남쪽에, 제티오구스 협곡(카라콜 부근에)
이른바 제티오구스(Jeti-Oguz). 키르기스어로 “일곱 마리의 황소”라는 뜻이라나. 멀리서 바라보면 협곡의 붉은 사암 절벽이 마치 거대한 황소들이 나란히 엎드려 있는 듯한 형상이다.
제티오구스 협곡, 아래에 흐르는 계곡물은 텐샨의 만년설..
협곡에서 만나 인사한 프랑스 아가씨들_ 그들이 한국말을 잘해 깜짝 놀라기도!!@
해발 2,200m 고지대에서 수천만 년의 세월이 빚어낸 적색 사암의 자연예술이자, 키르기스 민족의 전설이 살아 숨 쉬는 신화의 무대다.
협곡의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의 발원지는 텐샨의 만년설이다.
# 붉은 바위의 전설
이곳엔 오래전 두 왕국 사이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전해온다. 어느 왕이 다른 왕의 아내를 빼앗자 전쟁이 일어났고, 피비린내 나는 싸움 끝에 일곱 마리의 황소가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고 한다. 그 피가 땅을 붉게 물들여 오늘날의 협곡이 되었다나. 협곡 초입에 있는 ‘부러진 마음(Broken Heart)’이라 불리는 바위는 이 전설 속 슬픈 여인의 상징으로, 지금도 붉은 빛을 띠며 여행자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Broken Heart_ 전설 속 슬픈 여인의 상징 바위
# 자연이 빚은 붉은 장엄미
바위의 붉은색은 철분이 많은 사암층이 오랜 세월 침식되며 드러난 게 아닌가. 햇살이 비치는 시간대에는 그 빛깔이 더욱 선명해진다.
협곡 양쪽으로는 만년설로 덮인 텐샨(Tian Shan) 산맥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황소바위의 붉은 색과 텐샨이 녹여내는 하얀 빛의 대비가 자연미의 극치가 아니겠는가!@
# 자연과 인간이 만나는 장소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키르기스 유목민들의 삶이 이어져 온 터전이다.
초원의 이동식 천막, Yurta 앞에 선 심백강 박사님
여름이면 초원에 유르타(Yurta, 이동식 천막)가 세워지고, 말을 탄 아이들이 협곡을 달린다.
방문객들은 마을 주민이 직접 만든 요구르트, 텐샨의 풀들이 만들어 낸 하얀 꿀, 말젖을 발효시킨 쿠미스(Qymyz)로 환대 받는다.
텐샨의 고산지대 야생화에서 꿀들이 모은 하얀 꿀_ 아유주와 함께 유목민들 건강을 지키는 천연약임
말젖을 나무통('사바')에 붓고, 천연 유산균과 효모가 들어있는 남은 술을 소량 섞은 뒤,
계속 저으며 1~2일 동안 발효시킨다
이 속에는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유목민들의 숨결이 스며있다. 귀국 후 몸살감기로 2주간 고생했는데, 거기서 사온 텐샨꿀을 계속 섭취하니 건강이 회복되는 체험을 한 증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