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례] 코로나 대응, 일본은 한국과 왜 다른가 / 야마구치 지로

야마구치 지로 ㅣ 호세이대학 법학과 교수

데스크 승인 2020.03.02 11:08 의견 0

동아시아 각국이 코로나19와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다. 각국의 정부가 진지하게 노력하고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일본과 한국 양국 정부의 대응은 대조적이다.

한국에서는 감염자 숫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는 한국 정부가 증상이 있는 사람을 검사하고 감염자를 되도록 정확하게 발견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을 본인도 알게 하고 정도에 맞는 치료를 해서 신종 폐렴을 극복하자는 게 한국 정부의 방침일 것이다. 조만간 국회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만 한다는 사정이 있다고는 해도, 감염이 가장 확산되고 있는 대구에 가서 진두지휘를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자세에서 지도자로서의 각오를 느낀다.

이에 비해 일본 정부의 대책을 보고 있으면 일본 정치의 큰 결점이 겉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결점들을 정리해서 말하면 다음 두 가지 정도이다. 우선,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지 않고 주관적인 믿음에 근거해서 행동한다. 결론이 먼저 정해져 있고 거기에 맞게 현실의 일부분을 자기 편의대로 잘라내고, 국민에게도 진실을 알리지 않는다. 이런 식의 결정은 80년 전에 일본을 잘못된 전쟁에 빠트렸으며, 2차대전 이후의 공해나 각종 약품으로 인한 피해 사건에서도 반복됐다. 그리고 코로나19 대책에서도 반복되려 하고 있다.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 탑승한 승객의 코로나19 감염이 발견된 직후 배가 요코하마항에 기항했을 때 일본 정부는 배를 부두에 붙들어두고 검역을 한다는 대응 자세를 취했다. 일본은 섬나라이기 때문에 ‘미즈기와 방어’(미즈기와는 ‘물 가장자리’라는 뜻으로 상륙하는 적을 물가에서 퇴치한다는 의미)가 가능하다는 환상을 정치계와 관료층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중국에서 일본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한달에 90만명이 넘는 시대에 ‘미즈기와’라는 개념은 무의미하다. 결국, 일본 정부는 크루즈선을 붙들어두어 선내 감염 확산을 불렀다. 검역이 끝난 뒤 귀가하는 이들은 대중교통으로 이동했다. 그중에서도 새로 감염자가 발견됐다.일본 국내에서 감염 확대가 명백해지자, 일본 정부도 대책을 발표했다.

한국과 대조적인 것은 일본 정부는 감염자 또는 감염 우려가 있는 사람을 발견하는 데 대해 지극히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검사에 필요한 ‘유전자 증폭 검사’(PCR)라는 기기와 인력은 여러 대학과 민간 검사기관에 존재한다. 후생노동상은 겨우 2월18일이 돼서야 이러한 기기와 인력을 완전히 가동해 하루 3800명에 대한 검사가 가능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 뒤에도 국회 심의 중에 후생노동상은 하루 검사 건수가 100건에 이르지 못하며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한 검사 건수는 파악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왜 일본 정부는 감염자 발견에 소극적일까. 일본 관료의 병리인 ‘프로크루스테스’ 사고방식이 문제를 악화시켰다. 프로크루스테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악당으로, 여행자를 붙잡아 자기 집 침대에 묶은 뒤 침대 밖으로 삐져나온 손과 발을 잘라버리는 잔혹한 취미를 갖고 있다. 이는 선입관과 자신이 가진 자원에 맞춰 문제를 적당한 선에서 잘라내버리려고 하는 인간의 인식이 빠지는 덫을 그린 우화다. 좁은 침대가 일본 정부가 가진 치료 자원이라면, 여행자에 해당하는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다.

더욱이 여름에 도쿄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하기 위해서는 세계를 향해 일본이 위험하지 않다고 호소해야만 한다는 정치적 고려도 현 단계에서 감염자 숫자를 실제보다 적게 공표하도록 부추긴다고 생각된다.헌정 사상 최장 총리 재임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아베 신조 총리 아래에서 총리의 잘못을 지적하고 진실을 보도록 진언하는 측근은 없다. 권력의 엄한 명령은 겁쟁이 부하에게는 효과가 있지만,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무력하다. 사실을 은폐하면 반드시 나중에 뼈아픈 대가를 치르지 않을까 나는 두려워하고 있다.

야마구치 지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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