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은 소통이다

발상부터 잘못된 지역 예술 창작 사업을 보고

데스크 승인 2023.04.14 10:08 | 최종 수정 2023.07.09 19:41 의견 0

어서오유~ 당최 뭔 소린지 알 수 있나!

‘로컬크리에이터 지원사업’을 두고 어르신께서 하는 말씀이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검색을 했고, ‘지역의 새로운 창작활동과 예술가들을 위한 지원사업’ 정도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라고 말씀드렸다. 소통이 되지 않는 말은 말이 아니다.

그래서 뭐니 뭐니 해도 말은 문화의 바탕이다.
로컬이라 했으니 지역특성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은 고장의 말인 사투리가 아닌가. 이미 지원사업의 용어부터 로컬이라는 지역을 떠났고, 우리나라를 벗어나 영어권으로 날아가 버렸으니 사업의 결과는 주도하는 관청과 거기에 가까운 특정 몇몇의 공모사업에 그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일단은 말이 되어야 사업이 될 게 아닌가?
정서도 다르고 소통도 안 되는 구호를 내걸고 지역특성을 담아내는, 그것도 지속가능한 사업을 한다는 발상이 이미 사업의 본질에서 벗어났다. 이런 연유로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붇는 사업들이 지역민들과 함께하고 즐기고 특색 있는 명물로 새롭게 태어나지 못했다.

지역문화란 영화 관람처럼 공급과 소비의 일방적 관계가 아니라 참여자로서 생산자이며 공급자인 동시에 관객으로서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문화예술 역시 말처럼 동네사람들과 소통이 되어야 성공하고 자리를 잡는다.

경상도 동해안이 고향인 필자가 서해안 충청도에 살면서 말, 즉 소통방식을 이해하는데 한참 걸렸다. 충남 홍성 사람들의 말을 예로 들어보자.

"개혀?"(밥 한 끼를 살 테니 함께 할 수 있느냐? 이때 개는 일반적으로 잘 먹지 않는 음식으로서, 당신이 설령 개고기를 먹는다 해도 내가 감수 하겠다는 배려의 의미를 담고 있다)

"혀!" (응 알았어! 시간과 장소를 말해)

"못혀!"(고마워 오늘은 미리 약속이 있어서 미안해)

"안혀!"(난 너와 밥을 먹기 싫어)

이 수수께끼 같은 말을 어느 날 “내가 언제 ‘못현다 했지’ ‘안현다 했남’ ”하면서 친구 간에 다툼을 보면서 ‘못혀’와 ‘안혀’의 차이를 이해했다.

만약 이러한 정서를 모르고 어렵게 밥 한 끼 사겠다는 사람에게 개고기를 못 먹는다는 의미로 이해하여 ‘못혀(나 개고기 못 먹어)’ 또는 ‘안혀(나 개고기 못 먹어)’로 대답한다면 과연 소통이 되겠는가 하는 말이다.

지역의 문화가 새로운 소재와 방식으로 만들어 진다고해도 이런 방식의 소통이 가능할 때 비로소 자격을 갖춘다고 본다. 이 같은 고민 없이 ‘로컬크리에이터 지원사업’을 한다면 거기에 무엇을 담아 낼 것인가. 아니 사업 자체를 접어야 한다. 왜냐하면 TV에서 연속극 보듯이 전국이 똑 같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설령 모양은 같아도 소통의 방식은 달라야 그것이 참다운 지역의 새로운 문화예술운동이 아닌가. 같은 상여 소리라도 산악 지방인 내 고향 소리가 늘어지는 반면, 평지인 홍성은 박자가 빠르듯이 말이다.

충남 홍성 상하리 범상스님
(홍성상하리미륵불이 있는 청송사 문화유적 복원에 앞장)

범상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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