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연 교수의 엔아그램 강의

속보로 접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이 발포된지 만 사흘 만이다.(2024년 12월 10일자 여성소비자신문 칼럼)

여당 수장인 한동훈 대표는 어찌된 건지 대통령의 직무정지 발언을 했고, 이후 알려졌지만, 체포조 명단에 한동훈의 이름이 있었다고 한다.
투입 계엄군에 의해 잡아 넣어야 할 대상자들이 야당 인사들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로써 한동훈과 윤석열의 대립각은 명시됐다.
불과 2년 전 윤 대통령의 후보시절 필자가 두 사람의 성격에 대해서 분석하고 경고했었던 일이 지금 발생하게 된 것이다. 목표를 향해 올라가는 과정에서는 최고의 시너지를 발휘했던 두 사람의 성격이 목표에 도달해서는 서로에게 가시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이것은 성격의 발달 단계별 수준과 관계가 있어서 같은 성격이라도 다르게 보이는 양상을 드러낸다. 특히 외부의 영향을 많이 받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렇다. 극심하다 못해 극중한 상태에 놓인 두 사람의 현재 상태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선포까지 간 진짜 내면의 방아쇠(trigger)는 무엇인가? 총알이 나가기 전에는 반드시 내적 동기 요인이 있었을 것이다.

심리학자인 필자가 며칠 밤을 뜬 눈으로 지새우며 내린 결론은 바로 이것이다.
야당의 김건희 여사 특검 압박에도 사실상 꿈쩍 안하던 윤 대통령은 언제부터 화가 나기 시작한 것인가를 찾아 들어가 보면, 야당의 예산 삭감으로 인해 일을 할 수 없게 된 것 부터이다.

윤 대통령의 성격은 과업지향형으로 일이 매우 중요한 사람으로 사소한 감정이나 지리멸렬한 사고로 생각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언제나 행동하며 움직여야 하는 성격의 소유자이다. 그런데 야당의 무리한 예산 삭감의 압박은 그런 그의 온몸을 꼼짝 못 하게 묶어버린 것이다.

이번 국정에서 1조 이상이 들어가야 할 사업의 예산액을 ‘0’원으로 산정한 야당의 행태는 누가 봐도 분노할 일이다. 실제로 이런 유형의 내적인 동기에는 분노라는 내재한 감정이 있고, 이 분노는 통제에 대한 억압과 생존에서 수반된다. 다시 말해 통제를 당하느냐 통제를 하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이 성격유형의 특성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통제권을 잃는다는 것은 사실상 사형선고와 다름없다. 사형선고만큼 무서운 예산 삭감은 살아 움직여야 하는 장형(Gut-Types)들의 내재된 공격성을 만들었고, 최후의 보루라는 반사적인 행동 양상이 반영된 것이다.

바로 대통령만 할 수 있는 힘의 위력! 비상계엄령을 발포한 근원이다. 누가 진언을 올렸건 중요하지 않다. 결정은 국가통치권자 VIP만 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 버튼은 불과 6시간 만에 해제되었고, 국민은 화들짝 놀라서 과거의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되었다.

이거 또 다시 거리 한복판에서 유혈사태가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조바심으로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해서 광화문과 국회 앞을 다시 빽빽하게 메꾸는 위험감지에 자동화된 반사적 행동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광화문 집회가 하루 이틀 일은 아니었으나 이번 일은 다르다. 왜냐면, 현직 대통령의 의도는 커녕, 성향파악 등은 필자와 같은 전문가들이 하는 영역이지 국민에게는 오직 민생 안정만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야당의 대표인 이재명의 죄명이 10개가 넘었고, 실제로 실형까지 선고받은 중범죄자가 이끄는 것이 야당의 수준이다. 어제 지인들과 저녁 자리에서 하나같이 우려하는 일은 여·야 밥그릇 싸움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 가계 운영이 곤두박질 칠 일이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다. 가족이 모처럼 외식을 하자고 해서 따라 나섰는데 오늘이 식당 마지막 세일 날이었다. 이 양반이 웬일로 비싼 걸 시켜주나 싱겁게 끝난 외식이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정치인들의 한탄과 힘 없는 그이의 한숨 소리뿐이었다.

실제로 필자의 피부에 와 닿는 것으로, 수 많은 말보다 몇 배나 더 큰 하소연이었다. 필자가 나가고 있는 학교에 늦깎이 학생은 집단 무의식으로 인해 우울해하고 있다고 했다. 교수로서 해줘야 할 말은 그럴수록 집(마음의 집)을 잃지 않고 돌아오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나 역시도 헤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외국 언론도 역시 비상계엄령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전두환 군부 시절이 다시 도래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당시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정의구현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군의 힘으로 통치하려고 했으나 뼈아픈 과거의 한 페이지만 장식했다.

누구에게나 물론 사연이 있고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무력은 용인될 수 없다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이론이다.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기자들 앞에서 인터뷰를 가진 세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 역시 충격과 놀람의 순간을 피력했다.

그녀가 쓴 세계적인 문학작품이 된 채식주의자 주인공 영혜 역시 수없이 자행되어 온 폭력을 육식주의자에 비유했고, 그에 대한 성찰로 인간 내면에서 올라오는 반성과 혐오의 죗값으로 채식을 시작하는 소설 속 이야기는 우리에게 큰 반향을 일으킨 시점인데,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타이밍은 아니었다.

반면 왜 지금이었을까를 파헤쳐보면 우리는 좀 더 현명한 선택을 하지 않을가 하는 필자의 지극히 동요된 연민에서부터 시작해 보려고 한다.
필자는 외래교수가 되기 전, 군기업 교육 담당자로 재직하며 오랜 시간을 수 많은 군인과 함께 했고, 이에 따라 이들의 깊숙한 내면 정서를 들여다 볼 기회들이 많았다.

인간의 성격이란 타고난 유전적인 요인 외에도 사회적인 환경요인, 또 그 밖에 알아차리지 못한 요인까지 다양한 원인이 있다. 그런데 군대 위계 시스템 내 명령 하달방식은 외부환경요인 중에서도 높은 수치의 강렬한 경험에 해당한다.
왜냐하면 군대란 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위험과 사고를 미연에 예방하기 위해 몸을 통제 당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군인은 단지 소모품일 뿐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국가를 위해 충성하고 총칼로 맞서 싸울 준비는 해야 한다는 게 군대에서의 기본이념이다. 이런 군인들의 통수권 지도자 역시도 무섭고 엄한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닌 것을 군인들과 근무하면서 알고 있다.

전두환 전대통령도 지휘관으로서의 지도력과 통찰력은 이미 인정받았고, 그의 개인적인, 따뜻하고 의리 있는 일화도 수도 없이 많이 들어왔다. 물론 최측근들로 부터이다. 누군가에게는 악인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은인인 것이 미묘한 인간관계이다.

다만 이 타이밍이 문제다.
누군가는 영웅이 되고 누군가는 악인이 되기 때문이다. 타이밍 기가 막히게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머리형(Head-Types)의 한동훈 대표는 수도 없이 이 타이밍을 기다렸을 사람일 것이다. 그런데 성질 급한 이놈의 장형들이 계획을 일그러 버리고 행동을 저질러버려 미칠 노릇이다.

그것은 외부자극이 여과 없이 몸으로 바로 전해지는 이들은 몸의 반응속도가 빠르므로 그들도 어쩔 수 없이 행동하는 것이다. 다만, 왜 그런지 모르는 국민은 항변하고 이를 아는 전문가들은 안타까울 뿐이다.

이미 화살은 시위를 떠났고 과녁을 향해서 온 국민이 손가락질하고 있는데, 그를 위해서 이해하고 기다려줄 우호세력은 불과 7%대로 집권당 측에서마저도 지원세력이 없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성격 때문에 이런 일을 했을 것이라는 것은 이번 사태 이해를 위한 도구이지, 각자의 처지를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윤 대통령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타이밍과 여론을 감당치 못할 악수를 두었다.

연민의 마음으로 다시 생각해보면, 이 얼마나 간절하고 급박하면 이렇게까지 했을까? 하는 생각에 360도 여러모로 각 진영의 입장을 찾아보고 수습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불덩이 속에서 같이 춤추어도 모자란 데, 도망가는 원팀들의 지도자들을 보고 허수아비들만 붙들고 있었던 윤 대통령이 안타깝다.

이 위기 속에서 한동훈 대표는 야당과의 협의도 불사하고 어떻게든 그 뛰어난 머리로 해결방법을 찾으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 해결법 속에 자신을 그 자리에 있게 했고 정치적 생명을 함께했던 윤 대통령은 아마 먼 거리로 물러나 있을 것이다.

이번은 평생을 두고 잘못된 판단인 것 같다. 한덕수 총리와 함께 ‘질서있는 퇴진’이라는 명목으로 탄핵만은 면하려고 하지만, 시위를 떠난 화살은 말하고 있다. 탄핵만이 답이라고!

박근혜 전 대통령 때도 탄핵이 되고 얼마나 많은 사건들이 밝혀지고 있었던가를 잠시만 생각해보자. 이 보다 더 한 놈들이 버젓이 살아있는데 올림머리하는 여자 박근혜로 퇴행시켜 곤두박질 쳐진 현실이었다.

평생 색조 화장 한번 안 하는 성격의 박근혜 대통령을 잡부로 만들어 버린 게 정치적 보복이다. 이런 것도 대통령이 되기 위해 욕심부렸던 대가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윤석열 대통령 건은 박근혜 대통령 건과는 다르다는 것은 다 알 것이다.

열세한 여당이 야당을 이기기 위한 윤 대통령으로 내세워서 위기를 극복해낸 그때를 왜 잊고 있는가 말이다. 윤 대통령은 정권교체를 위한 도구로 쓰였다고 하는 무례한 여의도의 정치인들이 해대는 막말 앞에서 부끄러웠다.

대통령은 수없이 많은 정치 선동과 괴멸스러운 공격 앞에서도 자신을 세워준 국민이 있어서 힘이 나는 성격의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국민이 등을 돌린 것은 자신을 갈데없는 코너로 몰아넣은 원인이 된 것이고, 이러한 악수를 둔 것이다. 자기도 모르게 나온 적에 압박감에 살려는 몸부림 같은 것이다.

행동이 앞서는 사람들의 딜레마이고 성격의 결함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2년 전 만났던 윤석열 대통령의 자신 있는 눈에서는 힘이 넘쳐났었다. 정의를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는 뭐든지 해내겠다는 결기 같은 것이다.

다시 한번 그 눈빛을 찾을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정치 초년생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하루 3시간 이상 안자고 대통령 공부하며 도전했던 사람이다.

여러분들이 또 다시 탄핵을 부르짖는데에 단지 국민의 민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야당의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성격자본연구소 류지연 소장 yiy96@daum.net
건국대학교 미래지식교육원 전문교수
한국중앙교육센터(KCLC)와 성격자본연구소(PCI)의 대표
국제에니어그램협회(IEA) 전문가 회원
대한민국재향군인회 교육문화복지사업본부 평생교육원 교육담당관 역임
캐나다대학교 상담심리학 박사

<출처> 여성소비자신문 2024.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