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와 숲에 둘러쌓인 수지원과 황태현 원장의 업무모습(사진 한병기)
전남 담양군 고서면 외보길 68, 고요한 들녘과 하늘이 맞닿은 마을 외보(外甫). 예로부터 이곳은 하늘만 보이는 전답의 지형 때문에 ‘보라실’ 또는 ‘신기’라 불렸다.
그리고 그 하늘 아래, 삶의 마지막 여정을 품어주는 공간이 있다. 바로 ‘뜻을 담는 집’, 수지원(守志院)이다.
황태현 원장이 발간에 참여해 직접작성한 '고서면지'에 실린 '보라실 마을' (출처 고서면지)
삶을 돌봄으로 잇다 – 황태현 원장의 철학
수지원의 시작은 한 남자의 효심에서 비롯됐다. 20대 중반, 어머니를 여의고 혼자 남은 아버지를 돌보던 황태현 원장. 결혼을 앞두고는 “누군가 아버지를 함께 보살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결국 스스로 아버지를 모시겠다는 결단으로 사회복지의 길에 들어섰다.
황 원장은 돌봄을 단지 ‘케어’가 아닌, 존엄을 지키는 실천으로 여긴다. “이용자분들이 불편함 없이, 살아오신 세월에 보답받듯 지내실 수 있도록 마치 내 집처럼, 나의 이웃처럼 모시는 것이 수지원의 정신입니다.”
그 철학은 다음의 슬로건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 “내 집처럼, 이웃처럼 – 이용자 중심의 따뜻한 돌봄”
▶ “살아온 세월에 보답하는 편안한 하루, 수지원이 함께합니다”
▶ “이용자도 보호자도 안심할 수 있는, 내 집 같은 수지원”
수지원을 자랑스럽게 소개해 주시는 황태현원장
임종까지 함께하는 진정한 돌봄
수지원은 단순한 노인 요양시설이 아니다. 이곳은 임종까지 동행하는 돌봄의 완성을 지향한다. 지금까지 수지원에서 평안하게 삶의 끝을 맞이한 어르신은 60여 명에 이른다. 그중 어느 하나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고, 보호자들은 “이보다 더 믿을 수 있는 곳은 없다”라며 입을 모아 극찬한다.
이 모든 과정의 중심에는 황 원장의 철학을 실현하는 직원들의 헌신이 있다.
29인 정원의 수지원을 운영하기 위해 원장과 사회복지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14명이 작지만 강한 팀이 24시간, 매일을 버팀목처럼 지키고 있다.
이용자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박미경 팀장, ‘마지막까지 함께하는 돌봄’의 사명
특히 수지원의 사회복지사이자 업무 총괄을 맡은 박미경 팀장은 임종을 지키는 순간마다 깊은 사명감을 느낀다. “어르신께서 축복 속에서 돌아가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순간만큼은 사회복지사로서 내가 꼭 이 일을 해야 한다는 뿌듯함과 감사함이 함께 밀려옵니다.”
박 팀장은 원장의 원칙을 실천하며, 이용자의 작은 변화 하나에도 귀 기울이고, 마지막 인연까지 따뜻하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돌봄의 손길을 놓지 않는다. 그는 단순한 업무가 아닌, 삶을 동행하는 사명을 수행하고 있다.
하늘만 바라보던 마을에서, 사람을 바라보다
이제는 하늘을 넘어 사람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길이 머무는 곳으로 기억되고 있다.
수지원은 오늘도 조용히, 그러나 누구보다 단단하게 한 사람의 삶과 존엄을 지켜주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뜻을 지키는 사람들, ‘수지원 가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