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기록적인 폭우로 잠겨버린 안안교와 주변의 상점들(사진 네이버 캡처)

“100년, 200년에 한 번.” 과거엔 그렇게 불리던 폭우가 이젠 해마다 찾아온다. 기후 위기의 경고는 현실이 되었고, 광주는 그 중심에 있다.

신안철교와 주변 주택에 푹우로 인한 침수지역 수해복구 현장

2025년 7월 17일, 광주 북구 지역에는 무려 426.4mm의 비가 하루 사이 쏟아졌다. 이는 1939년 기상관측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수치다.

신안교 일대는 1988년, 2020년에 이어서 또 한 번 침수됐다. 200억 원이 투입된 하수도 정비 사업, 방수막 설치도 이번 호우 앞에서는 역부족이었다. 복개 하천인 서방천의 구조적 문제와 협소한 신안 철교 교각은 또다시 물길을 막았고, 주민들은 수돗물보다 빠르게 밀려든 빗물에 가전과 가구, 삶의 터전을 잃었다. 하지만 물이 빠지기도 전에, 사람들이 먼저 움직였다.

폭우에 젖어버린 가전제품 등 모두 꺼내고, 씻고, 말리고, 다시 정리하는 작업에 구슬땀을 흘린다.

▶ “시민을 지키는 손, 바로 여기”

북구종합자원봉사센터 통합자원봉사지원단은 7월 18일, 수해 발생 다음 날부터 신속하게 현장에 투입되었다. 이번 복구작업에는 두암3동 캠프, 신안동 캠프, 북구지역자율방재단, 개인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북구청 주민자치과가 함께 참여해, 신안동 일대 침수 가옥 정리, 오염물 제거, 토사 수거 등의 작업이 이뤄졌다. 무려 30여 명의 손길이 모여 하루 종일 진흙 속을 걸으며 복구의 씨앗을 뿌렸다. 비닐장갑 위로 진흙이 스며들고, 땀이 속옷까지 젖어도 봉사자들의 얼굴엔 피로 대신 미소가 있었다. “내 집이 아니라도, 이웃의 집을 지키는 마음으로.” 이것이 바로 북구 자원봉사의 정신이다.

물에 젖어버림 냉장고를 버리고 있다.

▶ “중심에서 연결하고, 실천한다.”

북구종합자원봉사센터는 단순한 행정기관이 아니다. 재난 발생 시 통합자원봉사지원단의 컨트롤타워로서, 민관이 협력하는 자원봉사 구조를 신속히 작동시킨다. 매년 반복되는 수해, 돌발적인 자연재난 속에서 센터는 현장과 시민, 행정과 민간의 교두보가 되어왔다. 단지 수해 복구에만 머물지 않는다. 북구자원봉사센터는 평소에도 생활안전, 돌봄, 환경정화, 세대통합 프로그램 등 지역사회 곳곳에 봉사의 숨결을 불어 넣는다. 재난에는 즉각적인 대응을, 평소에는 예방과 연대를 이끄는 지역공동체의 심장 같은 존재다.

주방도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 “이제는 복구가 아니라, 구조의 전환을 고민해야 할 때”

한편, 침수 피해가 해마다 반복되는 현실은 시민들에게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서방천의 복개 문제, 협소한 교각과 불균형한 하수관 설계 등은 단순 복구로는 한계에 이르고 있다. 지역사회는 이제 ‘복원’이 아닌 ‘전환’이라는 더 큰 화두 앞에 서 있다. 그 변화를 준비하는 첫걸음이, 바로 사람이 모이는 힘이다. 북구자원봉사센터는 단순히 복구의 현장에서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지역 돌봄과 회복력 있는 공동체를 위한 새로운 해답을 함께 고민하고 제안해 나가고 있다.

공사중인 건물에 물이 들이닥처 공사도 중단되고 자재들이 물에 잠겨버렸다.

▶ 기억하세요. 봉사는 응급처치가 아니라 삶의 일부입니다.

재난이 닥쳤을 때 가장 먼저 도착하는 사람들, 누구보다 진흙을 먼저 밟는 사람들, 북구의 자원봉사자들입니다. 북구종합자원봉사센터, 그들의 손길은 흙탕물 위에서 희망을 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