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펑평 내렸던 날, 의암호 설경이 그리워 춘천으로 떠났다.

전철 창밖으로 펼쳐지는 하얗게 덮힌 산과 강에 눈길이 머문다. 저게 바로 아름다운 동화세계이구나!

춘천역 위에서 호수쪽을 바라본다. 하얀 눈으로 덮힌 은빛 경치가 발걸음을 재촉한다. 호반을 따라 하얀 눈을 밟으니 ‘바스락~ 바스락’.

발아래 소리를 들으니 나 자신이 자연에 어우러지는구나!

의암호스카이워크로 가는 도중에 ‘겨울연가’ 홍보 표지판들 세 개를 만난다. 뜻밖이었다! 아름다운 추억이 되살아났다. 드라마 주연인 배용준과 최지우의 연인 포즈를 담은 표지판.

겨울연가는 KBS에서 2002년 초 3개월간 방영된 드라마였다.

이듬 해에 NHK에서 ‘겨울소나타’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어 일본 열도에 한류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이른바 ‘욘사마 붐’이었다.

2004년 4월, 주연 배용준이 일본을 직접 방문했을 때.

공항에 여성팬들이 5천명이나 운집해 일본사회에 큰 화제가 된 사건이었다. 당시 중장년층 여성들이 왜 그토록 열광했을까?

그들은 드라마를 보고 “일본에서 느끼기 힘든 인정이 느껴진다” “내가 20~30년 전 경험했던 순수했던 낭만적 감동을 전해준다” “주인공 욘사마의 연기를 보면 너무 편하다”고 말했다.

그후 일본관광객들이 드라마 촬영지였던 춘천으로 찾아오는 한국투어붐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욘사마붐이 일어난데 이어서 동남아와 세계로 한류바람을 촉발시킨 드라마로 기록되었다.

의암댐스카이워크로 걸어들어가니 위쪽 좌우에서 흘러오는 북한강과 소양강이 만나 이루어진 호수가 의암호다.

호숫가에 서있는 ‘소양강 처녀상’이 보이고, 노래가사가 큰 바위애 새겨져있다. 젊은 시절에 즐겨 불렀던 노래를 상기해 봤다.

‘해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 외로운 갈대밭에 슬피우는 두견새야/

열여덟 딸기같은 어린 내 순정/...‘

2025.6.27. 박헌렬